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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 우 스*※

우리가족 다 모이면 147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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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손 147명 이름·생일까지 척척

 

[조선일보 최현묵기자]

“고손주들 이름과 생일까지 다 기억해. 다 내 자식들인걸. 우리 아들들도 그렇고 딸들도 그렇고 다 이쁘지?”

유주손(98·경남 거창) 할머니는 직계 자손만 107명이다. 그의 6남2녀가 번창한 결과다. 사위, 며느리 등을 합치면 전체 가족 수는 148명이나 된다. 장녀 김정문(79)씨 등 8남매가 모두 건강하게 살아 있고, 고손주만 6명에 이른다. “농사짓던 영감이 떠난 지 38년이나 됐어. 그동안 나 혼자만 자손들과 좋은 세상 사는 것 같아 늘 미안하지.”



100세를 눈앞에 둔 유 할머니이지만 정정하다. “요즘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밭일을 나가셔요. 화투를 쳐도 자식들보다 더 계산이 틀림없으신 분이에요.” 장남 점규(74)씨의 말이다.

19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 100세 넘은 할머니부터 유모차의 갓난아기들까지 26가족 230여명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 대한의사협회와 제약회사 한국노바티스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한 ‘5대가족 찾기’ 행사였다.

5대 가족은 고손자까지 세대당 1명 이상이 생존해 있는 가족을 말한다. 유 할머니 가족 30여명이 참석, 연회장 한쪽을 가득 채웠다. 유 할머니는 가족수가 가장 많다고 ‘풍성한 가족상’을 받았다.

자손이 많다 보니 할머니는 요즘도 할 일이 많다. 전국에 퍼져 사는 증손자들이 결혼 인사하러 오는 경우만 해도 1년에 10여 번이 넘을 정도다. 전국에 모여 사는 대가족들이 모이는 경우가 설날, 추석뿐만 아니라 각종 경조사 등 1년에 서너 차례 이상 되기 때문이다. 막내아들 팔규(54)씨는 “결혼식 등 경조사가 생기면 명절 때보다 더 많은 70~80명의 가족들이 모여든다”며 “어머님이 집안 대소사에 누가 빠졌는지 꼭 챙기시기 때문에 가족간에도 화목하게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칠순의 장남 내외와 셋이서 경남 거창군 가북면 모단마을에서 단출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명절 때가 되면 인구 200여명의 이 마을은 할머니 가족들이 몰고 온 20여대의 차들로 몸살을 앓는다. 장남 점규씨 본가와 3남 명규(59)씨 집 마당을 채우는 것으로 모자라 온 동네 길이 할머니집 식구들 차로 뒤덮인다. 50여명 가족들의 잠자리도 부족해 두 아들 집의 방 7개는 무조건 남녀별로 방을 구분한다.

설날이면 세배를 드리는 것도 큰 행사이다. 할머니는 안방에 계시고 6명의 아들부터 시작해 며느리, 손자, 손자 며느리 식으로 가족들이 차례대로 마루에서 큰 절을 올린다. 이어 할머니의 아들들이 자손들에게 절을 받는 식으로 온 집안이 순서대로 절을 한다. 세배를 마치려면 30분이 훌쩍 넘어간다.

막내 아들 팔규씨에게 어머니의 건강 비결을 물었다. “70이 넘은 형님들도 어머니 앞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가는 혼쭐이 납니다. 본인이 평생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고, 그것이 건강비결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장남 점규씨는 “어머니는 요즘도 식사량과 식사 시간은 한치의 오차도 없을 만큼 일정하게 지킨다”며 “이 때문에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정오가 되면 일손을 딱 놓고 집에 들어와서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100살이 뭐 대순가? 고손녀가 시집가서 애기 낳는 것도 봐야지.”

기념사진 촬영 도중 던진 할머니의 한마디에 30명의 가족들 얼굴에 함박 웃음이 활짝 피었다.

(최현묵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sean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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