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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 우 스*※

세계 최고층 '버즈 두바이' 짓는 삼성물산의 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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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상식 좀 있다는 사람은 말한다. “버즈 두바이. 우리나라 삼성물산이 짓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다음 질문. “버즈 두바이의 높이는?” “….”

대답을 못 한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모르는 게 당연지사. 세계 최고층 빌딩의 높이는 현재도 매주 달라지고 있다. 정확한 최종 높이도 아직 미정이다.

지금까지 146층, 540m를 기록하고 있지만 다음 주만 돼도 이 답은 유효하지 않다.




▲ 버즈 두바이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8월 셋째 주 현재 146층, 540m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중순 한 사진작가가 버즈 두바이 건물 전체를 찍은 것이다. /삼성물산 제공
540m라면 100m 달리기 트랙 5개를 올리고도 40m를 더 쌓아 올린 높이다. 기온은 섭씨 40도를 넘나들고, 초속 30m를 넘는 강풍 속에서 버즈 두바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천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목표는 800m 이상이다.

초고층 건물은 비단 멀리 국외에서만 들리는 얘기가 아니다. 국내 열기도 해외 못지않다. 지난 17일, 서울시와 코레일은 서울 용산구 일대에 높이 150층(620m) 높이의 건물을 짓기로 합의했다. 63빌딩보다 두배 이상 높은 건물이다.

이외에도 인천 송도 인천타워(610m·151층), 부산 롯데월드(510m·107층), 고양 브로멕스킨텍스타워(450m·100층) 등이 건설을 추진 중이며, 잠실 제2롯데월드(555m·112층), 상암동 국제비즈니스센터(580m·130층) 등은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 터 파기 공사를 시작할 태세다.

어느새 ‘초고층’이란 말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보통 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63빌딩 전망대에 올라 “이렇게 높은 빌딩이…”라며 감탄을 연발하던 아이들이 “100층은 돼야 초고층이지”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었다.

세계초고층협회에 따르면 대략 50층 이상의 빌딩이면 초고층이라 일컬어진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100층 이하 건물은 명함도 못 내밀 ‘마천루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교함 그리고 육중함

초고층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저걸 어떻게 지을까?”라며 감탄과 의문을 보낸다. 피라미드 건설의 불가사의를 떠올리며 초고층 빌딩의 비밀을 알고 싶어한다.

전문가들은 “이론은 간단하지만 기술이 어렵다”고 말한다. 초고층 건물과 일반 고층 건물을 건설하는 것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는 의미다. 두 형태 모두 철골 구조 또는 콘크리트 구조로 한층씩 건물을 쌓아 올린다. 특정 형태로 철골을 만들어 세우거나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게 만드는 작업도 기본적으로 같다. 한 마디로 초고층 건물이나 저층 건물이나 건축 ‘이론’ 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다.

문제는 정교함. 초고층 빌딩 건설은 정확하게 지어야만 한다. 건물을 지을 때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오차가 초고층 건물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만일 지표면에 있는 기둥의 각도가 수직에서 1도 기울어질 경우 500m 높이에서는 9m나 틀어지게 된다. 9m면 콘크리트 기둥 하나를 더 세워야 할 길이다.

그래서 인공위성을 이용한 기술이 등장했다. 30~40층 높이의 아파트라고 해도 내림추나 레이저로 수직 각도를 측정할 뿐이지만, 100층 이상 건물은 GPS 측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3~5개의 인공위성이 건설 중인 건물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측정해 지상으로 보내오는 방식이다.

버즈 두바이 현장에서도 4대의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 계측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건물 한 층마다 51개의 위치 계측기를 설치해 수직 각도를 계산하고, 현장 사무소에서는 이 자료를 토대로 공사를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쓴 적 없는 기술이다.

삼성물산 강선종 기술담당 상무는 “두바이 현장에서는 1시간마다 인공위성의 자료를 받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직 오차를 계산한다”며 “지속적인 보정 작업을 통해 5㎜ 이내의 오차 수준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했다.

버즈 두바이 공사에 쓰이는 철근은 그 무게만도 3만9000?에 달한다. 600㎏짜리 소 6만500마리와 맞먹는 무게다. 그만큼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기술 역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버즈 두바이만 살펴봐도 ‘코어월(Core Wall·건물의 핵심이 되는 벽체)은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콘크리트의 강도만도 800㎏/㎠ 에 달한다. 가로세로 1㎝의 면적 위에 성인남성 10명 이상이 올라서도 견딜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초고층 건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고강도 콘크리트를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콘크리트로도 건물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초고층 건물에 일반 콘크리트(강도 240㎏/㎠)를 사용했다가는 기둥의 크기가 지금보다 3배 이상 두꺼워져 속만 꽉 찬, 쓸모 없는 건물이 되고 만다.



강풍을 견디는 기술

버즈 두바이를 짓고 있는 삼성건설의 손상현 초고층팀 파트장은 “현재의 기술로도 1000m 이상 초고층 빌딩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기술적으로는 아무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바람’. 현장 기술자들도 “초고층 빌딩 공사는 바람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건축 전문가들도 “초고층은 지진보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분석한다.

아무리 단단한 건물이라도 바람에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관건은 ‘얼마나 흔들리냐’에 달려있다. 일반적으로 건물 높이의 1/500 정도의 흔들림은 구조적으로 안전하다. 500m 건물이라면 지붕 꼭대기에서 측정할 때 1m 정도는 자연스레 흔들린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도 이 정도의 미세한 흔들림은 느낄 수 없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69층·263m) 역시 45㎝ 정도 좌우로 흔들리며, 버즈 두바이 역시 115㎝ 정도의 흔들림을 예상하고 있다.

바람을 이겨내기 위한 건설업계의 노력은 다양한 방식의 ‘비법’을 낳았다. 진동저감장치(TMD·Tuned Mass Damper)가 그 중 하나. 이는 특수한 ‘질량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 추를 매달아 놓고, 진동의 반대 방향으로 흔들어 주는 기술이다. 특수 센서에 의해 건물의 흔들림 방향을 감지하고, 그 반대 방향으로 질량체를 움직여 흔들림을 막는다.

자동차의 쇼크옵소버(충격흡수장치)가 차의 흔들림을 잡아주듯 진동저감장치는 초고층 빌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빌딩의 움직임을 느끼지 않게끔 한다. 대만 TFC 101 빌딩은 88~92층에 매달아 놓은 680? 무게의 추로 흔들림을 상쇄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층 건물에서도 흔들림을 못 느낀다.

이외에도 초고층 빌딩은 건물 최상부에 있는 물 탱크의 물 흐름을 적절히 이용해 진동을 줄이거나, 건물 상층부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바람이 그 구멍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하기도 한다. 1970년대 시카고 시어즈타워(110층·442m)는 한 건물을 9개의 독립 섹터로 나누어 만들고, 이를 하나로 묶음으로써 흔들림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일반 건물보다 더 빠르게

초고층 건물은 ‘초’ 스피드로 지어진다. 1층을 높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3일 안팎. 일반 아파트 한 층을 올리는 데 열흘 가까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15~20층 아파트를 짓는 데도 시공 기간은 평균 2년 정도다. 반면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라고 해도 4~5년 정도면 공사가 끝난다. 초고층 건물은 총 공사 기간이 길고, 공사 비용도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공기 단축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이를 위해 초고층 건물의 건설 현장에서는 각종 고가 장비들이 동원된다. 버즈 두바이에서는 500m 높이까지 콘크리트를 옮기기 위해 고성능 펌프 3대가 동원됐다. 지표에서 500m 높이까지도 한 번에 콘크리트를 뿜어 올리며, 걸리는 시간도 10분에 불과하다.

거푸집 또한 다르다. 고층 현장에 도착한 콘크리트는 ‘맞춤형 거푸집’ 속으로 부어진다. 일반적인 거푸집은 해당 층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굳어지면 사람들이 이를 일일이 해체해 다음 층에서 재조립한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노동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맞춤형 거푸집’은 거푸집을 붙인 후에 콘크리트가 굳으면 자동으로 다음 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유압으로 작동하는 기구를 통해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초고층 빌딩의 위험성

공급자가 아닌 실사용자들은 무엇보다 초고층 빌딩의 안전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50층, 높게는 100층 이상 건물이다 보니 특히 화재 시 대피 방법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다. 지상 50층만 해도 지상으로부터 200m 높이에서 탈출해야 한다. 초고층 빌딩의 경우, 강한 풍속과 건물의 흔들림으로 인해 헬기를 이용한 탈출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10층 이상 건물의 설계, 구조는 화재 발생 시 3시간 동안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화재로 구조물이 무너지지 않는 시간이 3시간이며, 이 안에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탈출해야 한다. 이를 ‘3시간 내화’(耐火· 불에 타지 아니하고 잘 견딤)라고 한다.

이는 초고층 빌딩 역시 마찬가지이다. 100층 이상의 건물이라고 해서 화재 시 3시간을 초과해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세계초고층협회 한국대표 김상대 고려대 교수는 “초고층 건물이 불에 더 오랫동안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하지만 최첨단 장치를 통해 불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은 첨단 화재 예방 시설과 대피 시설을 갖추고 있다. 스프링클러는 기본이고, 층간 대피 장소를 따로 마련한다. 한 층 전체를 정원으로만 꾸며놓고, 화재 시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대피 층으로 이용하는 식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법제화되지 않았지만 중국이나 홍콩의 경우 초고층 빌딩은 15~25층마다 비상 대피 층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또, 초고층 건물은 비상시에도 작동하는 엘리베이터와 정전과 동시에 자동으로 발광하는 안내 표지판 등도 갖추고 있다.

 [김영민 기자 now@chosun.com]
[이인묵 기자 redsox@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