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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교과서 ‘오류’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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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안된 내용들 버젓이
생명공학 불확실한 내용
학계 “교과서 게재 안돼”
“다음은 복제 송아지인 영롱이의 출생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영롱이의 핵과 세포질에 있는 유전자는 어느 소의 유전자와 동일한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 진실성 위반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상당수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와 참고도서들에는 황 전 교수가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복제했다는 ‘복제 송아지 영롱이’를 여전히 기정사실로 기술하고 있다.
16일 <한겨레> 취재진의 조사 결과, ㅈ출판사가 올해 고등학생용으로 발간한 검정 생물2 교과서 제5단원 ‘생물학과 인간의 미래’에는 ‘핵치환’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에 국내 최초로 복제 송아지 ‘영롱’이가 태어났다”라고 기술돼 있다. 이어 “영롱이는 복제양 돌리와 유사한 방법으로 태어났다. 그 뒤 국내 최초의 한우 복제 송아지 ‘진’이도 태어났다”고 적혀 있으며, 영롱이의 탄생 과정을 그린 도표도 실려 있다. 또다른 ㅈ출판사도 내년 판매용으로 최근 출간한 참고서에 ‘핵이식’에 대한 풀이와 문제에서 영롱이를 소재로 사용하고, 영롱이 사진까지 실었다.
그러나 영롱이는 황 전 교수가 논문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체세포 복제 진위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교과서에 사실인 것처럼 싣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조사한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영롱이의 복제 진위는 세포를 공여한 ‘엄마’ 소가 이미 죽은 상태여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와이티엔>은 황 전 교수의 의뢰로,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은 황 전 교수 쪽에서 시료를 넘겨받아 각각 전문기관에 분석을 맡겼으나 모두 ‘판독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올해 초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황 전 교수와 관련된 내용들을 모두 삭제했으나, 영롱이 부분은 수정·보완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조은희 조선대 교수(생물교육과)는 “생명공학은 사회 수용 과정에 논쟁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교과서 내용은 정확하고 공정하게 기술돼야 한다”며 “영롱이처럼 확인이 안 되는 불확실한 부분을 교과서에 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생물 교과서에도 잘못된 내용들이 담겨 있지만 해가 거듭되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한 검정 생물1 교과서는 “1996년 우리나라에서 모유 성분인 락토페린을 생산하는 젖소 ‘보람’이가 탄생했다. (중략) 보람이는 사람의 락토페린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보람이와 유사한 원리로 빈혈 치료제를 만들어내는 돼지인 ‘새로미’도 탄생했다. 새로미는 빈혈 치료제를 함유한 젖을 다량 생산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보람이’와 ‘새로미’는 둘 다 수컷으로 이들 물질을 생산할 수 없다. 더욱이 이들 형질전환 동물의 후손들에서 만들어진 생리활성 물질의 양은 상업화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이미 2002년 결론난 상태다.
또다른 생물2 교과서는 “2001년 11월, 마침내 인간 배아 복제가 성공했다고 발표되었다”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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