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바ㆍ성인PC방…"돈되면 뭘 못하겠어요"

◆알바족의 그늘 (2)◆

'뭐니 뭐니해도 머니(money)가 최고.'

아르바이트에 대한 요즘 젊은이들의 가치관이다. '아르바이트는 사회경험을 쌓는 일터이자 세상을 배우는 학교'라는 말은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요즘 젊은이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거나 쉽고 편한 아르바이트에만 몰린다. 일부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불건전한 아르바이트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돈을 좇는 이들의 종착지는 성인오락실 종업원이나 노래방 도우미, 섹시바 여종업원 같은 유흥업소 아르바이트다. 이내 현실의 달콤함에 빠져드는 그들에게 돈의 소중함이나 노동의 기쁨, 정당한 노동의 대가와 같은 문제들은 딴 세상 얘기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힘든 일을 하느냐"는 게 이들 생각이다.

"왜 이곳에서 일하느냐고요? 일이 힘들지 않고 벌이도 괜찮아서죠. 주위 시선이요? 이제는 별로 신경 안 써요. 옷만 좀 야하다 뿐이지 퇴폐적인 일은 아니니까요".

9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강소영 씨(26ㆍ가명). 그는 지금 서울 강남의 한 섹시바에서 일한다. 학원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다. 많이 망설였지만 특별한 기술이나 몸고생ㆍ마음고생 없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이곳 문을 두드렸다. 오후 7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4시쯤 퇴근하는 그가 버는 수입은 고정급과 팁을 포함해 월 300만원 정도.

강씨는 2년 전 지방의 모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취업이 막막했던 그는 9급 공무원 시험에 매달렸다. 몇 차례 실패를 경험했고 순식간에 1년반의 세월이 흘렀다. 그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부를 하겠다'며 서울로 상경했고 지금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섹시바로 출퇴근하고 있다.

강씨는 "돈이 웬만큼 모이면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돈의 유혹 앞에서 그의 마음은 흔들린다.

서울 종로의 한 성인오락실에서 3개월간 일한 적이 있다는 대학생 최준범 씨(21ㆍ가명)는 요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횟수가 늘었다.

최씨가 이러는 건 성인오락실 아르바이트의 추억(?)을 잊지 못해서다. 근사한 오토바이가 갖고 싶었던 그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바다이야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가 했던 일은 재떨이 비우기와 커피ㆍ음료수 제공 등 손님 시중드는 일과 실내 청소가 대부분. 하루 12시간 2교대 근무에 서 있는 시간이 많고 게임이 안 풀리는 손님들의 짜증도 감내해야 했지만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수입 때문에 힘든 줄 몰랐다.

그는 "정부 단속 때문에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사라져 아쉽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 그만두고 성인오락실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사람이 4년간 회사 생활해서 번 돈보다 많은 돈을 단 8개월 만에 모았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주유소 아르바이트 같은 일은 앞으로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이소현 씨(22ㆍ가명)는 "돈은 돈대로 많이 벌고 싶고 기왕이면 편하게 일하고 싶어 도우미 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씨는 "시간당 2만원을 받으면 그 중 1만5000원은 나한테 돌아온다"며 "많이 버는 날은 하루에 15만원 이상을 번다"고 했다.

하지만 유흥업소나 성인용PC방 알바생 가운데 일부는 쉽게 돈을 벌려다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일자리를 잘못 잡았다가 전과자가 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사행성 PC방에 대한 사법처리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아르바이트생에게 도박방조죄를 적용해 입건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사법처리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처벌 근거 미비를 이유로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노래방 도우미도 이달부터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음악산업진흥법안에 따르면 노래방 도우미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화수 알바몬 대표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일부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노래방 도우미, 성인PC방, 호스트바 등 불건전한 아르바이트가 인기를 얻고 있고 그러한 아르바이트만 전문적으로 알선해 주는 사이트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사회로 나가기 위한 첫 관문인 아르바이트에서부터 경험과 도전 대신 안락함과 돈을 좇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이성원 차장(팀장) / 도쿄 = 김대영 특파원 / 노현 기자 / 이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