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신록-단풍-절'의 법칙이 있다. 첫째, 신록이 좋아야 단풍이 곱다. 잎 넓은 나무들이 봄마다 새 잎을 틔우고, 가을엔 노랗게 빨갛게 물들여 떨구어낸다. 둘째, 그 길의 끝엔 하나같이 절이 있다. 절이 있어야 산 속에 길을 내고 닦고 가꾼다. 셋째, 그래서 신록과 단풍과 절은 하나의 세트처럼 움직인다. 계룡산 갑사의 신록과 단풍이 그렇고, 장성 백양사의 벚꽃과 단풍이 또 그렇다. 단풍 산행할 만한 절집들을 골랐다.
내장사 입구 부도밭/청송여행사 제공
◇ 오대산 월정사ㆍ상원사
불타오를 듯 새빨간 단풍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한다. 오대산 단풍은 주홍빛 파스텔톤이다. 멀리서 보면 노란색, 주황색, 갈색 물감을 콕콕 찍어놓은 것 같다. 수종이 다양한 덕분. 설악산과 함께 남녘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든다. 설악산 대청봉이 붉으면, 오대산 북대도 붉다. 전나무숲으로 유명한 월정사를 둘러보고, 자동차로 상원사까지 이동한다. 상원사에서 자장율사가 부처의 사리를 봉안했다는 적멸보궁까지 걸어서 40분 걸린다. 아이와 노약자는 여기까지. 적멸보궁에서 비로봉까지는 1시간 코스다. 난이도는 '보통'. 9층석탑, 관대걸이, 동종 등 절에 볼거리가 많다. 단풍철엔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446번 지방도로가 꽉꽉 밀린다. 걸으면? 2시간30분 거리다. 교통 정체를 감안해야 한다.
# 절정기=10월10일
# 오대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033)332-6417
# 가마솥식당=가마솥에 유리판을 얹은 밥상이 눈에 띄는 산채백반집. (033)333-5355
◇ 백암산 백양사
새빨간 단풍으로는 우리나라 최고다. 백암산ㆍ내장산엔 단풍나무만 11종류가 있는데, 특히 아기 손바닥을 펼쳐놓은 것처럼 잎사귀가 조그만 아기단풍이 가장 곱다. 매표소에서 백양사까지 1.5㎞ 정도 되는 산책로는 '단풍 터널'로 유명하다. 절에 도착했다고 돌아가지 말 것. 절 뒤편 약사암에 오르면 백양사가 단풍숲에 둘러싸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쩐지 낯이 익은데? 손에 들고 있는 내장산 국립공원 입장권에 찍혀 있는 바로 그 장면이다. 백양사에서 약사암까지는 걸어서 20분밖에 안 걸린다. 삼국시대에 지어진 백양사는 크고 잘 늙은 절이다. 5대 총림의 하나. 쌍계루가 연못에 비치는 모습은 조선 시대부터 명승으로 이름났단다.
# 절정기=10월말~11월초
# 내장산남부사무소=(061)392-7088
# 정읍식당=남도음식 명가에 선정된 산채요리집. (061)392-7427
◇ 계룡산 갑사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이 있다. 봄엔 마곡사가, 가을엔 갑사가 좋다는 뜻이다. 갑사 주차장에서 갑사까지 약 1㎞가 단풍길이다. 수필 제목이기도 한 '갑사로 가는 길'은 여기서부터 동학사까지를 가리킨다. '갑사 오솔길'이라고도 부르지만, 사실은 금잔디 고개를 넘는 언덕길. 3~4시간 걸린다. 백제 시대(420년)에 세워진 갑사는 유서는 깊지만 공사중인 건물이 많아 좀 어수선하다. 단풍철엔 오전 10시 이전 주차장에 도착해야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 절정기=10월23일
# 계룡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42)825-3002
# 숯골 서도냉면=동치미 국물에 말아주는 평양식 냉면집. 동학사 입구에 있다. (042)825-6756
◇ 청량산 청량사
절에도 '예쁘다'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면 청량산 청량사를 위해 남겨둬야겠다. 깎아지른 듯한 12개의 바위 봉우리를 꽃잎삼아 꽃심처럼 들어앉은 절이다. 바위 봉우리에도, 절의 돌담에도 울긋불긋하게 꽃물이 든다. 점묘화 같다.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때 지은 고찰. '건축가'를 놓고 원효냐 의상이냐 설이 분분하다. 응진전 앞에서 탁 트인 산들의 '바다'를 보면 확실히 '스타일리스트' 의상의 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응진전은 원효가 수도했다는 곳. 유리보전의 지불, 경내 찻집 주마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주차장에서 절까지 올라가는데 40분, 내려오는데 20분 걸린다. 꽤 가파른 언덕길이다.
# 절정기=10월 3ㆍ4주
# 청량사=(054)672-1446
# 숯불돼지구이촌=암퇘지고기를 솔잎에 얹어 소나무숯으로 구워낸다. 봉성면 일대에 단지가 형성돼 있다.
◇ 지리산 연곡사
연곡사는 지리산에서도 가장 단풍이 붉다는 피아골 입구에 있다. 연곡사에서 직전마을까지는 자동차로 갈 수 있다. 직전마을에서 피아골 산장까지는 2시간 거리. 20여개의 계곡을 따라 단풍이 이어진다. 특히 표고막터에서 삼홍소까지 1㎞ 정도가 하이라이트.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지다. 피아골 산장까지 등산로가 잘 닦여 있고 경사가 급하지 않아 걸을 만하다. 연곡사는 신라 진흥왕 때 지은 고찰이지만 한국전쟁으로 전소됐다. 새로 지은 절은 큰 감흥이 없지만, 부도밭엔 국보가 4개나 된다. 부도의 조각을 눈여겨 볼 것.
# 절정기=10월20일
# 지리산남부사무소=(061)783-9100
# 지리산식당=된장찌개에 20여가지 반찬이 딸려나오는 산채전문점. (061)782-4054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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