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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 우 스*※

삼성전자 보유 현금 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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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보유 현금 7조 언제든 쏠 ‘투자 실탄’

[조선일보 김기홍기자]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이 7조원을 넘어섰다. 7조원(약 75억달러)은 가나·에티오피아·우간다 등 아프리카 주요 국가의 지난해 GDP(국내 총생산)에 버금가는 규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7일 “보유중인 현금총액(만기 1년 미만의 유가증권 포함)이 지난 3분기 5조1800억원에서 현재 7조원 초반대로 2조원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4분기 들어서 반도체·LCD(액정화면)·휴대전화 등 주력 제품의 수출이 크게 나쁘지 않은 데다가, 최근 들어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 현금 보유액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7조원의 현금 규모라면 웬만한 금융기관을 하나 만들어도 될 정도지만, 회사측은 이것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현금 운용 원칙, 안정성이 최우선=삼성전자가 현금을 굴리는 원칙은 안정성과 빨리 찾을 수 있는 환금성이 최우선이다. 보유 현금의 70%를 예금·MMDA(수시 입출금식 예금)·외화예금 등 즉시 인출이 가능한 현금·단기금융 형태로 은행권에 맡긴다. 나머지 30%는 산업금융채권 등 위험이 적으면서도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短期) 국·공채에 투자한다.

이처럼 은행권에 맡기는 현금이 대부분이다 보니,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 본관 25층은 시중은행장의 단골 방문 코스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IMF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권에 돈을 꾸러 다니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은 은행장이 현금을 맡겨달라고 먼저 찾아와서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금 보유는 비상금 확보 차원=삼성전자가 어지간한 기업의 연간 매출보다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고위관계자는 “현금 보유는 일종의 비상금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비상 사태를 대비, 항상 한달 매출 정도의 여유 자금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은 해외법인 실적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80조원에 육박할 전망. 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생각하는 적정 현금 보유액은 대략 6조5000억원 안팎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이젠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 없는 형편’이란 점도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다. 반도체·LCD 생산라인 하나를 지으려면 보통 3조원 안팎의 돈이 들어간다. 현재 금융권에서 이 정도 자금을 차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과감한 현금 투자로 기선 제압=삼성전자가 7조원을 현금 형태로 보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투자하기 위해서다. 반도체나 LCD 부문에 투자대상이 생기면 즉시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18개월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LCD 부문, 2000년대 들어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는 플래시 메모리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04~2005년 두 개의 7세대 LCD 생산라인 건설에 7조원이 넘는 현금을 쏟아부었다. 또 올해 7월부터는 다시 8세대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반도체 부문도 매년 끊임없이 1~2개의 새로운 생산라인을 짓는다. 금융권에서 꾸는 돈이 없이 보유 현금을 대규모 설비에 즉각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LCD 부문 합작사인 일본 소니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과 투자집행은 일본 업체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해외기업도 보유현금 증가세=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에 비해선 많은 편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이후 미국 금융시장의 이자율이 올라가면서, 미국 주요 기업도 현금 보유액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석유 기업인 엑슨모빌은 올 상반기 기준 미국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365억달러(약 35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IT기업 중에선 마이크로소프트(348억달러), 시스코(150억달러), 모토로라(146억달러)·IBM(123억달러)의 현금 보유액이 10조원을 넘었다.

(김기홍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arma9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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