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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 우 스*※

한국 배는 최고급 맞춤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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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하늘로 날게 할 듯한 ‘상상력’

 


[조선일보 김덕한기자]

‘꼭 지상에다 가스 저장 기지를 만들어야 하나?’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의문점에서 출발, 상상력을 동원하여 세계 최초로 ‘LNG(액화천연가스)-RV(Regasification Vessel)선’을 개발했다. 이 배는 LNG 운반선 위에다 액체가스를 기체로 바꾸는 장치를 장착, 배에서 곧바로 가스관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 바다 위에 몇달 동안 떠있으면서 가스를 공급해준 뒤, 다른 배에 바통을 넘겨준다.

제1호 LNG-RV선은 미국으로 수출됐다. 작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 모든 가스 공급시설이 마비됐을때 이 배는 높은 파도를 이겨내고 암흑의 도시에 ‘복구의 에너지’를 공급했다. 뉴올리언스 시장(市長)은 이 배를 운용하는 엑셀러레이트에너지사(社)에 감사편지를 보냈고, 대우조선에는 선주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대우조선 제영섭 이사는 “한 척에 2억8000만달러(약 2620억원)짜리가 이미 4척 이상 주문이 밀려 있으니 1조원 넘는 매출이 예약된 셈”이라고 말했다.

굴뚝산업, 사양산업이라는 비아냥까지 듣던 조선업은 이렇게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불가능했던 건조작업 발상전환으로 대성공 작년 카트리나 강타때 한국 배만 유일하게 바다서 가스공급해 화제

◆불가능을 가능케한 한국인의 상상력

‘도크(Dock) 없이 배를 만들 순 없을까?’ 국내 업체들은 물위에서, 물속에서, 심지어 땅위에서 배를 짓기 시작했다. 도크는 선박을 최종 조립하는 일종의 대형 웅덩이로, 배가 완성되면 도크 문을 열어 바닷물이 들어오게 해 배를 띄운다. 도크 건조공법은 근대 이후 조선업의 불문율.

그러나 한국 조선사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상상력을 동원했다.

현대중공업은 땅위에서 배를 짓는 육상건조공법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2만t에 달하는 배를 육상에서 건조(建造), 배 밑에 깔려있는 8가닥의 레일에서 뿜어 올리는 고압의 공기로 배를 지상에서 몇 ㎜ 띄운 뒤 밀어 낸다. 그러면 바다에 떠있던 바지선이 이 배를 받아내고, 수심 깊은 바다로 나가면서 바지선을 물밑으로 가라앉히면 진수가 끝난다. 엄청난 정밀도가 요구되는 작업. 하지만 현대중공업 오병욱 전무는 “육상에서 배를 짓는 건 가장 원시적인 공법 아니었냐”며 웃었다. 그는 “도크는 꽉 차서 없는데 배를 지어 달라는 단골 선주들을 뿌리치지 못해 만든 고육책”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물 위에 떠있는 바지선에서 배를 건조하는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 공법’을 쓴다. 해상에 떠 있는 바지선이 도크 역할을 한다. 이 위에서 짧은 시간에 배를 건조하기 위해 육상에서 6~8조각의 거대한 블록을 만든 후, 이들을 3000t급 해상 크레인으로 플로팅 도크에 올린 후 조립한다. 삼성중공업 전태흥 상무는 “도크 하나 파는 데 1500억원이 드는데다, 더 이상 부지도 없는 데서 나온 아이디어”라며 “한국 조선소들이 도크를 더 늘리지 않고도 매년 20%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창의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최고급 맞춤복, 일본은 중저가 기성복

조선업이 생긴 이후 사상 최대의 호황은 지금 한국이 누리고 있다. 세계 조선업계의 1~5위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모두 국내업체들이다. 상반기 수주량, 수주잔량, 건조량, 모두 한국이 1등이다. 수주량에서는 전 세계 발주 선박의 41.9%를 한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비결은? 조선업계 사람들은 입을 모아 “최고급 맞춤복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선주들의 ‘상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은 한국 조선업체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다. 일본은? 개발능력은 있겠지만 현실적인 실력은 없다는 것이 우리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 조선업계를 통틀어 2000명의 설계 전문가들이 한개 모델로 수십척씩, 마치 중·저가 기성복 같은 배를 근근이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은 제각각 2000명에 가까운 설계·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석홍준 이사는 “선주사들이 독특한 사이즈의 배를 만들어 달라고 하거나, 발주한 뒤에 설계를 바꿔달라고 해도 우리는 그런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있다”면서 “그런 능력만큼 수익성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70년대 유럽 선사들을 제치고 일본이 세계 조선산업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박 블록들을 리벳으로 결합시키는 공법에서 탈피, 용접공법을 도입하면서부터였다. 한국 조선소들은 리벳을 용접으로 바꾼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상력을 이 ‘낡은 산업’에 쏟아부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울산·거제=김덕한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uc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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