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이 내려 앉은 낙엽을 밟으며 걸어가는 길. 낙엽 밟는 소리로 깊어가는 가을을 담습니다.
이제 곧 누런 색과 붉은 색으로만 가득 할테지만
아직은 드문드문 섞인 여러색이 화려함을 더 합니다.
초록 대신 햇살따라 달리 색을 갈아 입은 마른 잎새들이 한번 내린 가을비로 길섶에 수북이 내려 앉았다. 낙엽을 떨구는 나무를 보며 '가벼움'과 '비움'의 미학을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깊은 아름다움보다는 그저 고운색으로 바뀐 잎새들이 가득한 길을 걷는다는 즐거움으로 가을의 정취를 말 할 뿐이다.
그러나 며칠전까지도 한 여름을 벗지 못했던 성성한 초록의 향연을 슬며시 털어내고 어느새 불쑥 다가선 가을은 흐르는 시간의 의미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에 대해 겸손과 경외감을 표하게 했다.
떨궈진 낙엽은 새로운 시간을 위한 '쉼'이라고 하더군요. '그래, 편히 쉬어라.. '
바스락거리는 낙엽들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한켠으로 밀어둔 낙엽들이 소곤거리는 '가을 길'입니다.
가장 아름답고 가을이면 꼭 걸어 보고 싶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한낱 허튼말이 아님을 확인하는 곳, 태릉입구역부터 시작해 육군사관학교를 지나 삼육대앞 까지 이어지는 이십리길의 가로수 터널은 소문 그대로 황홀한 가을 길이다.
고목 버짐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이 길은 사시사철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지만 큼직한 버짐나무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는 길을 걷노라면 사각거리며 밟히는 낙엽 소리에 가을은 더 깊게 담긴다.
쏟아지는 낙엽비를 맞으며 걷는 길. 그 속에는 '가을'이 선물한 추억이 가득합니다.
낙엽들은 긴 겨울 나무들이 죽음과 같은 잠에 빠지기 전의 '뒤척임'은 아닐까요...
그렇다고 유명세를 치루는 '길'만이 이곳 가을 풍경의 전부는 아니다. 눈길을 조금만 돌리면 곳곳에 숨겨진 진짜배기 가을 풍경을 맛볼 수 있다. 먼저 길 입구에 있는 육군 사관학교 진입로 부근의 조경 잘된 작은 공원을 들어가 보자.
산책로를 따라 놓여진 벤치 위에 두텁게 쌓인 낙엽과 큰 길 옆이건만 오롯한 산책길은 아기자기한 가을 정경을 펼쳐 놓는다. 잠시 앉아 있는 동안 쏟아지는 '낙엽비'는 가을로 흠뻑 젖게 한다.
우연히 만난 육사 들어가는 샛길. 그림 같은 길 풍경에 한동안 넋을 놓았습니다.
태강릉의 소나무들도 등걸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 때문에 곱게 단풍(?) 물이 들었습니다.
태강릉은 온갖 수종의 각양각색인 단풍이 현란함을 자랑한다. 더구나 황금빛을 띤 릉의 잔디는 호젓한 가을맛을 그대로 전해준다. 사잇길을 낙엽을 밟으며 들어서면 쭉쭉 하늘로 뻗은 소나무의 등걸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이 검붉게 물들어 있다.
태강릉은 아이들과 손을 잡고 가도 탁 트인 하늘에서 쏟아지는 가을햇살까지 덤으로 얻는 명소다.
샛길 풀밭이 서서히 누런 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가을의 조화는 작은 풀잎을 통해서도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가끔 마주치는 작은 공원엔 나무들이 제각각 떨궈 논 색색의 낙엽이 가을을 색칠합니다.
그러나 이 길의 가장 스타는 이스턴캐슬이 아닐까. 가을 투명한 햇살속에 제각각의 색으로 단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숲 전체가 가을 단풍의 절경이다. 어디를 돌아봐도 탄성이 절로 나는 가을색이 일품인 곳이다. 더구나 이곳은 활엽수 가로수 사이를 거닐며 산림욕을 하는 산책 코스다.
눈도 즐겁지만 머리와 가슴속까지 개운하게 한다. 걷는 길 곳곳에 휴식을 취할 편의 시설도 마련되어 있어 한나절 가을 추억 담기에 적격이다.
검붉은 담쟁이 넝쿨과 노란 은행잎이 '탄성'이 절로 나게 어우러진
'한전 연수원 앞 길'은 태릉 가는 길에서 살짝 빗겨난 숨겨진 가을 길 입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이십오릿길의 가을 길의 묘미는 먼 길을 고단함 속에 오가는 유명한 단풍여행지 못지 않은 기쁨을 준다는 것이다. 시간의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 좋고, 노을지는 저녁 풍경과 가로등이 밝혀주는 가을 밤의 정취는 이곳만이 주는 특별한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편안히 걸을 수 있는 평지 길이지만 나무터널탓인지 마치 깊은 숲속 같은 호젓함과 산림욕 효과까지 느낄 수있다.
연인의 손을 잡고 거닐 거닐거나, 아이들을 앞세운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을 수도 있는 길. 이따금씩 길 옆을 따라 지나는 경춘선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걷다보면 어느새 온 몸에는 나무향기가 흠씬 배여든다.
버짐나무 잎은 땅위를 뒹굴지만 아직 푸른 기운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곧 가을색을 담겠지요.
이 고운 잎을 다 떨구고 깊은 잠에 푹 빠지기 위해
긴시간 붙어 삶을 지탱했던 담장도 잠시 놓아 주겠죠.
이렇게 하나의 길 위에서, 여늬 가을보다 곱고 향기로운 '가을추억'에 젖을 수 있는 이십리 길이 끝날 즈음이면 가을 하늘도, 가을 색도 더 깊어지고 짙어진채 '바스락'거리며 밟히던 낙엽소리가 귀에 가득 담기고, 올 가을은 여늬 가을과 다른 빛과 소리를 품은채 오랫동안 선명한 가을 추억으로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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