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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

떠나는 가을을 잡아보아요- 갈대밭, 코스모스, 전나무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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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가을을 잡아보아요- 갈대밭, 코스모스,

        전나무가 있는 풍경

 

 

가을이 가고 있어요. 엊그제 온 것 같은데 벌써 가겠다나봐요. 아마 겨울이 오고있다는 소식을 어디서 전해 듣고 서두르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보낼 순 없잖아요. 파랗고 높은 하늘을 선물해주고, 초록색 은행잎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멀리서 꽃내음을 부지런히 실어다주던 가을이를 그냥 이렇게 보내 버리면... 우리가 또 많이 서운하잖아요.

 

잡아보자구요. 스물스물 도망가는 가을이의 뒷다리를 덥썩 잡아 빽태글을 걸어 자빠트린 후에 녀석과 함께 뒹구는 거예요. 녀석이 주고 간 이 계절의 선물들을 맘껏 즐겨보는 거에요. 이게 예의바른 우덜이 다시는 못 볼 2006 년의 가을이를 잘 배웅해주는 방법아니겠어요?

 

서둘러요. 뒤에서 겁나게 빨리 뛰어오는 겨울이의 모습이 보이죠? 간밤에 내린 비 때문에 가을이의 걸음도 빨라졌으니까 우덜이 얼른 가서 잡지 않음 놓쳐 버릴지도 몰라요. 준비됐어요?

 

그럼 이제부터 우덜은 가을이 사냥을 함께 가는 거예요.
 

갈대의 허리를 잡고...

 

 

가을하면... 또 갈대를 빼 놓을 수 없잖아요. 우린 갈대가 무척이나 많이 있는 갈대밭을 찾아가 갈대의 허리를 꼭 부여잡고 아쉬움을 얘기해줘야 해요. 기억나요? 강아지 찾아 갈대밭으로 들어 온 오경필, 그리고 오줌 누다가 지뢰 밟아 버린 미소가 아름다운 수혁.

 

맞아요! 공동경비구역 JSA. 우린 그 곳으로 가을을 찾아 떠날 거예요. 거기에서 갈대를 꼬옥 끌어안고 속삭여줘요. 송광호가 이벙헌의 목을 살포시 끌어안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처럼... '움직이면 죽여 버리겠어. 개쉑이...'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진 신성리 갈대밭은 충청남도 서천군에 있어요. 일단 지도를 바바바요.

 

 

 

 

어딘지 삘이 와요? 서해안 고속국도 타고 한참 내려가다가 서천에서 빠져서 맘에 와 닿는 국도 골라 타고 내려가도 되고, 군산에서 빠져서 금강하구둑을 거슬러 올라와도 되겠어요. 뭐 이건 쫌 있다가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갈대밭을 습격하자구요.

 

 

근데 여기서 잠깐!! 억새랑 갈대랑 구분은 할 줄 아나요?

 

그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산과 들에서 자라는 넘은 억새, 습지나 호수 주변에 자라는 넘은 갈대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되겠어요.

 

억새의 높이는 1~2 m, 갈대는 3 m 나 되구요. 억새는 외떡잎식물 벼목 벼과의 여러해살이풀, 갈대는 외떡잎식물 화본목 화본과의 여러해살이풀이예요.

 

잘 모르겠으면 일단 우겨요. 우기는데 장사없슴돠!

 

 

 

 

신성리 갈대밭에 도착하면요. 일단 입이 쭈악~ 벌어져요. 엄청 많은 갈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고 하면 살짝 뻥이지만 여튼 많이 넓긴 넓거든요(폭이 200 m, 길이 1 km 이상되는 7 만여평의 규모). 막다른 작은 언덕을 넘어 오른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신성리 갈대 체험장이라는 푯말이 나오는데요. 그 곳부터 갈대를 온 몸으로 느끼면 되는 거예요.

 

근데요. 길이 아니라고 얘기를 해도 꾸역꾸역 갈대밭을 헤치고 들어갔다가 길 못 찾고 다시 나오는 사람덜이 있거덩여. 대체 사람 키를 훌쩍 넘겨 버리는 갈대숲에서 둘이 뭘 하려고 길 없다는 말 꼭꼭 씹어가며 기어들어 가는지... 산책하라고 일부러 체험장도 만들어놨으니까 거기로 들어가요. 괜히 엉뚱한 곳 헤집고 들어가서 이쁜 갈대밭, 쑥대밭으로 맹그러놓지 말구요.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요. 시가 적혀 있는 나무판때기도 볼 수 있구요, 그 옆에 놓인 벤취에서 앉아 햇빛을 즐길 수도 있구, 흔들거리는 나무 다리도 건널 수도 있구, 나무 평상에 누워서 갈대를 감상 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솜털같이 부슬거리는 갈대꽃이 어찌나 예쁘던지... 부끄럽게 눈물이 날뻔 했지 뭐예요.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마라 아~아아아~~아 갈대의 순정

 

여자의 마음도 갈대고, 사나이 우는 마음도 갈대고,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고... 그러고보면 갈대는 참 사람이랑 자주 맞먹는 기특한 풀이예요. 그래도 이렇게 이쁘고 훤칠한 갈대에 비교 당하니 기분이 그렇게 나쁘진 않죠? 여자의 마음은 햇빛을 가득 담은 예쁜 갈대꽃이고, 사나이 우는 마음은 텅 빈 갈대 줄기고, 작은 바람에도 몸을 내던지는 갈대는 마음 여린 우덜과 비슷하잖아요. 아님말구요~

 

거울같이 반짝이는 금강에 살짝 드리워진 갈대밭을 걷고 싶지 않아요? 내 키를 훌쩍 넘기는 갈대가 하늘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 보고 싶지 않아요? 흔들리는 갈대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들어보고 싶지 않아요?

 

에이~ 걷고 싶잖아요. 보고 싶잖아요. 듣고 싶잖아요. 어여 가서 갈대의 허리를 확 끌어안고 속삭여버려요.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되겠냐고...
 

너그차로 가는 길;

서해안 고속국도에 멋지게 올라 탄다 - 서천인터체인지에서 럭셔리하게 빠져나온다 -  한산면까지 쉴새없이 간다(4/21번 국도-602번지방도-29번국도-613번 지방도) - 613번 지방도를 타고 쌔리다보면 신성리 갈대밭 이정표가 나온다 - 직진한다 - 언덕위에 차들이 보인다 - 적당한 곳에 주차한다 - 갈대 체험장 입구를 찾는다 - 마구 뛰어가 갈대에게 앵긴다

 

넘의차로 가는 길;

서울역에서 장항선이나, 경부선을 타고 서천까지 쫄지 말고 내려온다 - 서천 시내 버스 터미널에서 한산행 시내버스에 가비얍게 올라탄다 - 한산면에서 내린다 - 택시가 올 때까지 지둘린다(체력에 자신있음 여기서부터 걸어도 되나 탈진의 위험이 있다) - 신성리 갈대밭가자고 낭랑하게 얘기한다 - 돈 내고 내린다 - 아무렇지 않은 듯 피로하지 않은 얼굴로 뛰어가 갈대에게 앵긴다

 

코스모스와 함께 춤을...

 

 

 

신이 세상에서 제일 처음 만들었다고 하는 코스모스. 어쩌면 완벽한 손에 의해 만들어진 미완의 꽃이기에 그 아름다움이 조금은 슬퍼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코스모스의 꽃말을 아세요? 소녀의 순정, 순결, 진심, 애정이래요. 캬아~ 우덜이 또 이런거에 그냥 무너지자나요. 막 감동 먹어주자나요. 이런 코스모스를 또 그냥 보낼 수 없는 거자나요.

 

갈대와 함께 가을 꽃계를 확 주름잡아 버리는 코스모스. 우리는 코스모스를 찾으러 금강하구둑에 갈꺼예요. 일단 저 위에 서천 지도를 보고 금강하구둑을 찾아봐요. 갈대밭에서 아주 가깝죠. 우린 금강하구둑에서 코스모스와 나란히 길을 걷고, 뽀너스로 철새도 볼꺼예요.

 

 

금강 하구둑은 금강 하구를 막아 건설한 방조제예요. 방조제의 총 길이는 1,841 m 고 1990 년에 완공했대요. 군산과 장항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이기도 하고, 유명한 철새도래지이자 하구둑을 따라 심어진 코스모스길이 예쁜 팔방미인 쫙 빠진 다리죠.

 

 

하구둑 건설로 강이 마치 호수처럼 형성이 되어있는데요, 수 많은 철새들이 이곳을 찜 해놓고 매년 찾아온대요. 청둥오리가 제일 많고 흰뺨검둥오리, 큰기러기, 흑부리오리, 붉은부리 갈매기 등과 국제적 희귀조류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네요.

 

 

금강 하구둑 입구부터 도로 양 옆으로 길 게 늘어서 있는 코스모스들이 보이죠? 이젠 코스모스와 춤을 출 차례예요. 코스모스꽃 봉오리에 눈을 맞추고 초록색 이파리 위에 손을 얹고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꽃잎을 따라, 퍼득이는 철새의 날개짓에 어깨를 흔들며 춤을 춰요. 사람들이 쳐다볼꺼예요. 수근댈지도 몰라요. 그럼 뭐 어때요?

 

 

우리는 가을을 따라 온 사람들이자나요. 여덟장 꽃잎 속에 묻어놓고 간 가을의 선물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니까 괜찮아요. 우린 떠나기 전부터 제정신이 아니였던거예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길 때쯤이면 머리에 한송이쯤 꽂아도 좋겠어요.

 

금강하구둑을 다 건너면 철새조망대에 오르는 것도 잊지마세요. 그 곳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금강의 예쁜 빛깔을 보고, 무리지어 떠 다니는 철새도 보고, 방금 걸었던 금강 하구둑과 코스모스도 보세요.

 

그리고 얘기하세요. 내년엔 좀 더 빨리 오라고.. 그리고 오래 있다 가면 안되겠냐고...
 

너그차로 가는 길;

 

서해안 고속국도에 사뿐히 올라 탄다 - 군산인터체인지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온다 -  우회전하여 706 번 지방도에 엘레강스하게 올라준다 - 서왕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709 번 지방도로 잽싸게 바꿔준다 - 금강철새조망대가 나온다 - 먼저 올라가도 좋고 멀지 않은곳에 금강 하구둑을 먼저 들러봐도 무방하니 그건 당신의 몫

 

넘의차로 가는 길;

서울역에서 장항선이나, 경부선을 타고 장항이나 서천까지 죽어라 내려온다 - 서천에서 금강하구둑까지 시내버스가 30 분 간격으로 운행한다(25분소요)/장항에서 군산행 버스를 이용한다(06:40~21:20/16회운행) - 금강하구둑에서 코스모스와 춤을 춘 다음에 철새조망대로 향하던지 말던지 알아서들 해라

 

전나무숲속 사이로

 

 

풀도 보고 꽃도 봤으니 나무도 봐야하자나요. 이번엔 좀 멀리 갑니다. 전나무숲으로 유명한 오대산 월정사에 아직 가을이가 머무르고 있대요.

 

 

월정사는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동쪽 계곡 아래에 짱 박혀 있어요. 신라 선덕여왕 12 년(643)에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월정사에는 국보 제 48 호, 보물 제 139 호인 팔각구층석탑 석조보살좌상이 있구요. 적광전과 수광전(무량수전)등의 단청이 화려한 법당과 오대산의 샘물이 솟아나는 수각도 있어요. 물 맛 보는 거 잊지 말구요. 참 법당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소리도요.

 

근데 우린 월정사 공부하러 온 거 아니니까 이정도만 하기로 해요. 더 알고싶은 분들은 월정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던가 각종 지식검색포탈에 가서 공부해보도록 해요.

 

이제 전나무를 만나러 갈 차례예요. 사천왕문을 지나 금강교쪽으로 직진하다보면 전나무숲길이 시작되요.

 

하늘 끝에 닿을 것 같은 전나무숲 속으로 들어가세요.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흙길을 걸어요. 맑은 공기들을 몸 안에 깊숙히 채워놓고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가끔 머리 위로 떨어지는 낙엽은 그냥 그대로 두세요. 곧 바람이 가져갈 테니...

 

 

색종이를 오려놓은 것 같은 낙엽들은 너무 이뻐서 밟기에 미안할지도 몰라요. 어떻게 저런 색이 나올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요. 잔뜩 긴장한채 웅크리고 있는 갈색 낙엽은 밟을 때마다 숲 속 얘기를 전해주구요. 숲 길 중간에 흐르는 시냇물은 한 번 보지도 못한 바다 얘기를 해줘요.

 

400 ~ 500 년은 족히 넘은 전나무들은 1 km 정도 되는 거리에 쭈욱 늘어서 있는데요. 쭉쭉 뻗은 나무들이 어찌나 빵빵한지 보기만해도 속이 뚜레뻥 해 버린다니깐요. 노랗고 빨간 단풍 나무도 곳곳에 숨어 있으니까 놓치지 말구요. 그리 길지 않은 숲길이니 후딱 걸어나오지 말구 이곳저곳 둘러보세요. 물가의 하얀 돌 위에 앉아서 얘기도 하고 말이죠.

 

 

배영준처럼 어색한 썩은 미소를 짓고 달리기도 해보고, 채지우처럼 혀 짧은 소리로 얘기해 봐요. '실땅님~ 나 월떵사에 와떠여!...' 여기에서 겨울 연가를 찍었다자나요.

 

이 곳에 갔을 때 여자 친구 업고 걸어가는 아주 힘 좋은 남정네를 봤는데요. 속은 뒤집어졌지만 보기는 좋더라구요. 머라고 지들끼리 귓속말로 속삭이는데 간지러워죽는 줄 알았지만 부럽드라구요.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업어주면 또 어때요. 이럴 때 한번 힘 써보는거죠 뭐.. 이럴 때 한 번 철판 깔아보는 거죠 뭐...

 

참, 가을이에게 얘기 전하는 건 잊으면 안돼요. 전나무를 꼭 끌어안아두 되구요. 단풍나무를 안아도 괜찮아요. 조심히 잘 가라고... 올 가을은 너무 고마웠다고... 내년에 다시 만나자고...

 

 

너그차로 가는 길;

서울에서 중부고속국도를 타고 내려간다 - 호법 인터체인지에서 쌔끈하게 영동고속국도로 갈아탄다 - 진부 인터체인지에서 날렵하게 빠져나온다 - 6 번 국도를 타고 잽싸게 올라간다 - 446 번 도로를 타면 놀랍게도 월정사 주차장에 다다른다 - 월정사를 천천히 둘러본다 - 전나무숲에 들어가 나무를 끌어안고 사랑을 속삭인다

 

넘의차로 가는 길;

 

동서울터미널(2 호선 강변역) 진부행 열차표를 산다 - 탄다 - 졸지 말고 진부에서 사뿐히 내린다 - 진부에서 월정사행 버스를 잡아 탄다(7 : 30 ~ 20 : 00 까지 한 시간 간격/문의 033 - 335 - 6963) - 내린다 - 월정사를 둘러본다 - 전나무숲에 들어가 나무를 끌어안고 사랑을 고백한다

 



어때요? 갈대밭에서, 코스모스에서, 전나무숲에서 가을이 남기고 간 것들을 좀 찾았어요? 서두르세요. 아무 때면 어때요. 누구랑이면 어때요. 가볍게 훌쩍 떠났다가 돌아 오면 돼요. 지금이 아니면 이제 다시는 2006년 가을을 만날 수 없잖아요.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거덩요. 바람은 그보다 더 빠르구요.

 

어쩌면 아주 짧은 시간이 될런지 몰라요. 가을을 붙잡기엔... 아쉽지만 이렇게 우리는 가을을 보내고 곧 겨울을 맞을 준비를 시작해야 하거든요. 가을이한테만 목 매달고 있음 소심한 겨울이가 살짝 삐져 버려요. 그리고 생각해봐요. 겨울이가 가지고 오는 눈꽃 선물... 조금은 기쁜 맘으로 가을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죠?

 

근데 무척 바빠서 가을이를 배웅하지 못하는 그대가 있잖아요. 알아요. 일에 치여서, 사람에 치여서, 떠나는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열심히 일하는 당신덜. '열심히 일한 당신. 더해라...'

 

마구 슬프잖아요. 다 알아요. 그래서 기특하게 카메라에 가득 담아왔어요. 그니깐 전자파가 포실포실 피어나는 네모난 모니터 속에서나마 가을이 잘 배웅해줘요. 잘 보면요. 흔들리는 갈대도, 춤을 추는 코스모스도, 맑은 공기를 뿜어내는 전나무도 볼 수 있어요. 잘 들어보면요. 금강의 물 소리도, 낙엽 떨어지는 소리도, 오대산의 샘물 소리도 들린다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