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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내구성24만Km 배터리 2010년까지 개발"
고유가 위기 극복 차세대 자동차로 새롭게 조명
'리튬 망간 산화물' 활용 배터리 안전·출력 업그레이드
2년간 성능 테스트 거쳐 상용모델 론칭 계획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11월호 www.popsci.co.kr
고유가 기조와 함께 21세기 에너지 패권의 시대를 맞아 전기자동차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눈부신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기자동차는 아직 상용화라는 최종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휘발유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고, 안전하며, 강력한 배터리가 개발되지 않은 것. 과연 이른 시일 내 이 같은 배터리 확보가 가능할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사운을 걸고 있는 GM은 그렇다고 말한다. GM은 전사적 연구 역량을 모아 오는 2010년까지 10년, 24만㎞의 내구성을 보장하는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전기자동차의 부활
전기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자동차는 최초의 내연기관차인 휘발유 자동차보다 50여년이나 역사가 길다. 지난 1835년 네덜란드의 크리스트 파벡카에 의해 첫 선을 보인 것.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이 급속히 발달한 1930년대 들어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점차 무대 뒤로 사라진 것.
이렇게 완전히 퇴출될 것 같았던 전기자동차가 최근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 위기를 극복할 차세대 자동차로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
사실 전기는 현재 휘발유를 가장 신속하게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의 하나다. 이미 관련 인프라가 완비돼 있고, 가격도 휘발유보다 저렴하다. 또한 천연가스ㆍ석탄ㆍ원자력ㆍ수력ㆍ태양열 등 어떤 에너지로도 생산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기자동차는 휘발유 자동차의 최대 단점인 유해가스 배출량도 현격히 줄일 수 있다.
GMㆍ폭스바겐ㆍ현대자동차ㆍ닛산ㆍ도요타 등 대다수 완성차 메이커들이 아직 미래 자동차 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소자동차에 앞서 2~3년 내 전기로 구동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출시를 천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일반 가정의 전기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배터리를 충전한 후 그 에너지로 전기모터를 돌려 바퀴를 구동하는 자동차다. 일견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흡사하지만 전기가 주 동력원이고, 내연기관 엔진이 보조 동력원이라는 점에서 전기자동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힐 모델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GM은 자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시보레 볼트에 기업의 명운을 걸고 2010년까지 상용모델 론칭에 전사적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상용화의 아킬레스건
하지만 업계의 기대와 달리 전기자동차의 상용화 가능성은 다소 불투명한 상태다. 비약적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과거 전기자동차 몰락의 단초가 됐던 배터리 성능 문제가 지금껏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최강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로 꼽히는 GM 시보레 볼트의 리튬이온 배터리조차 1회 충전 후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단 64㎞에 불과하다. 반면 중량은 무려 180㎏에 달한다. 물론 이는 1996년 GM이 개발한 EV1 전기자동차의 납산 배터리에 비해 270㎏이나 가벼워진 것이다. 하지만 휘발유 자동차와 경쟁하기에는 모든 면에서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가격 또한 1만달러에 육박, 시장성을 갖추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욱이 리튬이온 배터리는 과열ㆍ과충전 등의 상황에서 열 폭주(thermal runaway)라고 불리는 폭발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이를 막는 길은 배터리의 양극에 쓰이는 리튬 코발트 산화물을 대체할 신물질을 찾아내는 것뿐인데 이것이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성공 여부는 지금보다 저렴하고, 안전하며, 강력한 성능의 배터리 개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완성차업계의 1차적 목표는 10년, 24만㎞의 내구성을 갖춘 배터리 확보다. 이 조건을 충족해야 전 세계 친환경 자동차들의 각축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의 인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완성차 메이커들은 수년 내 이 조건에 부합하는 배터리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까. GM의 글로벌 프로그램 경영관리 부회장인 존 레크너는 시보레 볼트에 채용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목표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용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가볍고 에너지 밀도 또한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배터리는 수십억 개의 분자가 복잡한 상호작용을 거쳐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해 저장하는 장치"라면서 "리튬이온 배터리는 이 분자 반응을 제대로 이용하는 최적의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0년을 전후한 시보레 볼트의 상용화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 24만㎞ 품질보증
이 같은 黴키㉯?근원에는 GM이 지난해 전 세계 배터리 개발업체들을 놓고 철저한 기술력 검증을 거쳐 선정한 두 곳의 협력업체가 있다. LG화학의 미국 자회사인 콤팩트파워(CPI)와 미국 매사추세츠 소재 신생기업 A123시스템스가 주인공.
이들은 당시 GM이 제시한 내구성 10년, 5,000회의 재충전 능력, 중량 180㎏ 이하, 주행거리 64㎞ 이상, 시속 96㎞까지 가속시간 8초 이내, 그리고 폭발 위험성 제로 등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지난해 6월 최종 심의 대상 기업으로 선발됐다.
이중 CPI는 5년간의 연구 끝에 양극용 리튬 망간 산화물을 개발한 업체다. 이 물질은 리튬 코발트 산화물보다 안전성이 탁월하고 가격까지 저렴해 차량용 배터리 소재로 효용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우수한 출력은 이 물질의 최대 장점이다.
파틸 CPI 최고경영자는 "차량용 배터리는 충분한 가속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출력이 요구된다"며 "망간은 3차원 결정구조를 갖고 있어 2차원 구조의 코발트에 비해 리튬이온의 진ㆍ출입이 용이 편리하고, 더 많은 전자를 더 빨리 내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PI는 바로 이 소재를 활용해 배터리 셀의 에너지 용량이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용의 두 배에 이르는 배터리 팩을 제작, 10월 말 성공적으로 GM에 인도했다.
A12시스템스는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사와 협력해 자동차용 인산철 리튬(LiFePO4) 배터리 팩을 생산하고 있는데 올해 1월 시제품 인도를 완료했다. 이 배터리의 강점은 고도의 안전성이다. 이는 자연계에서 가장 강력한 화학결합인 이중 공유결합 상태인 인산으로 만들어져 배터리 양극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폭발할 우려가 아예 없다.
◇시장진입 위한 관문
현재 GM은 엄중하게 기밀을 유지한 채 미시건 주 밀포드의 자동차 시험장에서 이 두 배터리 팩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보레 볼트의 시험용 차량인 시보레 말리부에 모든 전동장치를 이식해 러닝머신 위를 쉼 없이 주행하며 소음ㆍ진동 등의 가혹한 조건하에서 성능을 확인하고 있는 것.
GM의 워런 배터리연구소에서는 사이클러(cycler)라는 밀폐장치를 활용, CPI와 A123시스템스의 배터리 팩 시제품에 대한 내구 연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 장치에 배터리 팩을 넣고 끊임없이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는 것으로 배터리가 2년간 이를 견뎌내면 24만㎞에 해당하는 내구성을 입증할 수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또 열 시험기를 이용, 85도에 달하는 열기와 습기 속에 장기간 배터리를 노출해 수명을 측정하는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밥 러츠 GM 글로벌 제품개발 부회장은 "2010년 4월까지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배터리의 노화를 촉진하면 이론적으로 10년간 꾸준히 사용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며 "이후 이 배터리를 가지고 성능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모든 실험이 차질 없이 완수돼야만 시보레 볼트가 실험실을 빠져나와 현실 세계에 데뷔할 수 있다. 만약 GM이 이 실험에 성공한다면 이는 전기자동차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양철승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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