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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의 기운이 바다를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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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생물종들이 있다. 녹아내리는 얼음에 북극곰과 철새는 서식지를 구하지 못하고 사막화 현상으로 생태계가 바뀌고 있으며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바다거북은 새끼를 암컷으로만 낳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것이 멸종의 징후라면 이미 사라진 것들도 수두룩하다.
중앙아메리카 코스타리카에서 서식하며 열대의 신비로운 색깔을 간직했던 얼룩개구리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른 개구리 종류도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구름 형성이 많아지면서 균류가 번성해 개구리의 질병을 유발하는 탓이다.
해마다 5만종 사라진다
아무리 생존능력이 뛰어난 생물종도 기후 변화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일반적으로 균류는 차가운 곳에서 더욱 강력한 독성을 발휘한다. 개구리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이유로 온난화를 떠올릴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중앙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에 이르는 개구리 서식지 조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밝혀졌다. 밤에 온도가 높아지고 낮에는 차가워진 지역에서 개구리가 쇠퇴했던 것이다. 온난화 기류에 의해 밤에 따뜻해지고 두꺼워진 구름층이 태양열을 차단해 낮 기온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이때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균류가 번성해 개구리의 목숨을 위협했다.
이렇게 지구온난화는 생물종에 직·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많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물의 감소만 해도 그렇다. 갈수록 사하라사막이 넓어지면서 제비처럼 장거리 이동을 하는 새들의 이동경로를 차단한다. 이전에 사막 가장자리 지역의 비옥한 토지에서 먹이를 얻어 에너지를 충전하던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일부 동물들이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마다 수천km를 날거나 헤엄쳐서 혹은 걸어서 이동하는 동물들에겐 기후 변화에 적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들이 새로운 생존전략을 마련하기엔 너무나 빠르게 기후 변화가 진행되는 탓이다.
사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섭씨 0.6도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 작은 변화가 생물종에 미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생존공간이 줄어들면서 먹이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높은 온도에서 번식력이 좋은 곤충들만 살판났다. 안타깝게도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곤충들의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예컨대 식물 화분 매개나 토양 분해 등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곤충들이 줄어들고 있다. 전세계 작물 생산량의 3분의 1이 야생 곤충들의 화분 매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곤충들이 사라진다면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쯤되면 지구가 ‘제6의 멸종’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말을 허무맹랑한 가설로 여기기 어렵다. 지구촌 전역에서 곤충과 식물이 사라지는 속도는 지난 세기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일부 생물학자들은 6억 년에 걸쳐 다섯 차례 일어난 대량멸종이 재연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멸종의 역사>를 펴낸 동물학자 리처드 엘리스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생물 가운데 99%가 멸종했다. 이들은 출현한 지 1천만 년 안에 사라졌는데 인간이 출현한 뒤 멸종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해마다 5만 종에 이르는 생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제6의 멸종을 주장했다.
해양 미생물이 내뿜는 치명적 황화수소
정말로 지구의 여섯 번째 대량멸종 사태는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을까. 지구상에서 역사적인 대멸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세기 전의 일이다. 당시 고생물학자들은 점진적인 원인에 의해 대멸종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다가 미국 버클리대학의 지질학자 월터 알바레즈 박사팀이 6500만 년 전의 대멸종이 소행성 충돌에 따른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 뒤 적어도 세 차례 이상의 생태적 재난이 소행성으로 인해 일어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구 생태계가 갑작스런 외부의 힘에 의해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은 영화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 등에 의해 널리 유포됐다.
이런 소행성 충돌설이 폭넓은 지지를 받는 가운데 2억5천만 년 전 페름기 말기에 일어난 사상 최대의 대량멸종이 유독성 화산가스에 의해 발생했다는 가설이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대학 지구과학자 마크 셉톤 교수팀은 암석의 화학분석을 통해 “단궁형 파충류 같은 포유류를 닮은 파충류가 지구를 활보하던 시절에 유독성 화산가스가 방출돼 생태계가 점진적으로 무너졌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당시 화산가스가 분출돼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하며 땅과 바다를 산성화해 식물이 멸종에 이르렀고, 토양의 유실되면서 햇볕을 차단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직까지 페름기 말의 멸종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암석이나 화석의 화학분석을 통한 연구에 따르면 수백, 수천 년의 주기를 두고 멸종이 점진적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화산가스로 인해 탄소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토양의 위기가 얕은 해양까지 파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만으로 생존력이 높았던 해양식물군의 절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미국 워싱턴대학 지구과학자 피터 워드는 “해양에서 산소 없이 생존하는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 황화수소의 독가스가 대기 전체로 확산돼 동식물이 멸종 위기를 겪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대량멸종 상황에서 육지의 생태계가 먼저 위기를 겪었던 게 확실해 보인다. 토양의 위기가 해양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가설은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현재 지구의 35%는 흙이 없는 지역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경작 가능한 땅의 3분의 1이 소실됐다. 멕시코만에서 죽음의 지대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으며 나미비아 해안에선 독가스인 황화수소가 방출되고 있다. 해저 퇴적물에서 황화수소가 발생해 해양 표면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오염된 토양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간척지에서 또 다른 재앙이 싹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은 지극히 미세한 변화에 불과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량멸종이 일어났을 때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1천ppm 이상으로 추산된다. 오늘날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385ppm이다. 만일 이 수치가 지금처럼 해마다 2~3ppm가량 상승한다면 다음 세기 말에 900ppm에 이르러 멸종의 징후가 눈에 보일 수 있다. 피터 워드 교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근호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900ppm을 웃돌면 해양이 산소 결핍 상태에 접어들면서 무시무시한 재난이 인류를 덮칠지도 모른다”며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인류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재앙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현재 눈에 보이는 멸종의 증거는 지극히 미세한 온난화의 대가에 가깝다. 대기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물 속에 산소가 녹아 들어가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점진적 멸종의 위기를 가속화할 게 틀림없다. 지구의 보호막인 오존층에 구멍을 내고, 육상의 무수한 동식물을 질식사시킬 황화수소. 그것의 뿌리는 이산화탄소 방출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자연은 해저에서 황화수소를 내뿜어 육상의 동식물까지 쓰러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6의 멸종은 미래의 갑작스러운 사태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현재진행형’의 위기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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