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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 우 스*※

"난 한국인 … MADE IN KOREA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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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영재.송봉근] "내가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내 몸에 새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6년 전에 영구 문신까지 했습니다. "

지난달 28일 개막한 피스퀸컵 국제 여자축구대회 심판으로 한국을 찾은 제니 팜 크비스트(37.스웨덴)는 오른쪽 허리 뒷쪽에 'MADE IN KOREA'라는 문신을 새기고 있었다. 생후 4개월 때 스웨덴에 입양된 그는 한국인이란 사실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크비스트는 "나이가 들 수록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궁금증이 커진다. 지금까지 한 번도 부모님이나 한국을 미워해 본 적이 없고,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낸 그 분들과 당시 모국 상황을 생각하면 오히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모국을 찾았다는 그는 "대회 일정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지만 다음 방문 때는 시간을 내서 반드시 부모님을 찾겠다"고 말했다.

1969년 11월 서울에서 태어난 크비스트는 서울 중구 초동 대한복지회에 맡겨졌다가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유복한 가정의 양부모 밑에서 스웨덴인 오빠 두 명, 또 다른 한국인 입양아인 남동생과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냈다. 인종 차별이나 입양아라는 편견에 시달린 적도 없었다.

8살 때부터 동네 아이들과 공을 차기 시작한 그는 12살 때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해 대학 입학 때까지 골키퍼로 활약했다. 93년 심판이 돼서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 자격을 획득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축구 결승에서 주심을 볼 정도로 국제적인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 9월 러시아에서 열린 20세 이하 여자 청소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의 홍은아 심판(본지 영국 통신원)과 함께 주심으로 활약했다.

축구가 너무 좋아 선수와 심판을 하면서 결혼까지 미뤘다는 크비스트는 "아직까지는 심판 역할에 충실하고 싶고, 가정을 꾸리면 자연스럽게 심판을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창원에서 열리는 브라질-캐나다 전 대기심으로 배정된 그는 휴식일인 31일 부산 관광에 나섰다. 조국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담아가고 싶어서였다.

4일 결승전이 끝나면 스웨덴으로 돌아갈 예정인 크비스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심판으로 선정된다면 일정을 조정해 1~2주 정도 한국에 머물며 부모님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정영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e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