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 이들 상용차는 웬만한 승용차들보다 많이 팔린다. 매년 국산차 판매 대수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실질적인 국민차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포터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대수가 7만3829대에 달한다. 이는 국산차 전체 판매량 1위 쏘나타(7만4945대)에 근소한 차이로 뒤져있는 기록. 기아자동차 봉고트럭(4만7171대)도 9위로 선전 중이다.
2009년형 봉고3 적재함 용접 부위에 부식이 발생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
이처럼 트럭 시장은 포터와 봉고가 양분하며 10년 이상 현대기아차가 독점하고 있다. 1990년대 경쟁차종이었던 옛 대우와 삼성 트럭이 판매 부진으로 도태된 뒤 시장이 굳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럭이 필요한 소비자들 선택의 폭은 오직 두 차종에만 묶여있다.
문제는 이런 독점구조에 차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적재함 부식은 고질적인 현상으로 지적받고 있다.
같은 기간 생산된 국내 유일 승합차인 스타렉스도 부식 논란이 뜨겁다. 하체 프레임부터 좌석 철제시트 녹, 천공까지 부식 관련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일 결함신고센터에 문제를 접수한 2008년식 스타렉스 차주 신두영 씨(43·가명)는 “금방이라도 차가 가라앉을 것 같아 불안하다”며 “알만 한 사람들은 녹이 슬기 전에 이미 자비를 들여 언더코팅이나 부식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2006년 말부터 쏘나타급 중형차 이상, 2011년 이후엔 승용차 전 차종에 수출차와 동일하게 아연도금강판 비율 70% 이상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트럭이나 승합차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작사는 이와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2012년부터 녹이 잘 슬지 않는 강판으로 대체했다.
전문가들은 제작 결함을 의심했다. 김종훈 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비용절감차원에서 방청 작업을 부실하게 했다”며 “보통 승용차는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전착도장을 3번에 걸쳐 하는데 문제의 차량들은 이 과정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행 부식관련 국내법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의견이다. 김 대표는 “제작사들 조차 녹과 관련한 보증기간을 3년에 6만km로 두고 있는데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은 2년에 4만km에 머물러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한국소비자원 등의 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조사해 부식관련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작사는 이들 차량에 대해 특별 무상수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 현대기아차는 생계형 차량에 한해 부식을 손봐주고 있지만,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보증기간이 지난 다른 차종들은 이 같은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종훈 대표는 “제작사가 비공식적으로 문제를 얘기하는 차주들에게만 무상 수리를 진행해주는 것으로 안다”며 “상용차 외에 다른 차종들도 같이 처리해줘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해당 부식 사례를 모니터링 후 현장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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