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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은행나무 터널’ 가을 가득 품고 1.2㎞ 빼곡
자동차가 질주할 때마다 포도를 뒹구는 노란 은행잎이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나고 그리움을 찾아 나선 여심은 아스라한 은행나무 터널에서 소중한 추억을 주워 책갈피에 끼운다. 충남 아산 현충사 가는 길에 있는 ‘송곡리 은행나무 길’은 우리나라 최대의 은행나무 터널이다. 송곡네거리에서 현충사 진입로까지 이어지는 은행나무 터널의 길이는 약 1.2㎞. 10m 높이로 자란 수령 30∼40년 은행나무 350그루가 곡교천을 따라 거대한 황룡이 꿈틀거리듯 길게 이어진다. 1973년 현충사 성역화 공사 때 주민들이 심은 가녀린 은행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왕복 2차선 도로를 뒤덮은 은행나무 터널은 드라이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차창을 열면 아침햇살에 젖어 눈부시게 반짝이는 은행잎이 비처럼 쏟아져 자동차 안으로 들어오고 은행알과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길섶을 산책하는 연인들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스럽다. 불타는 가을산을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은행나무 터널은 직선구간이지만 현충사 쪽에서 약간 휘어 더욱 운치를 더한다. 이른 아침 곡교천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은행잎 사이로 쏟아지는 가느다란 햇살,그리고 해질녘 긴 그림자를 벗한 은행나무가 만추의 시심을 자극한다. 은행나무 길에는 잠시 자동차를 세울 만한 곳이 없지만 곡교천 반대방향으로 두세 곳 옆길이 있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거나 한번쯤 걸어도 좋다. 다만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구간이라 안전에 조심해야 한다. 현충사 주차장 주변에도 은행나무가 많지만 이미 앙상한 가지만 남아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000년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거리숲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한 은행나무 터널의 낙엽비는 이번 주말에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아산의 시목(市木)은 은행나무. 조선시대 명재상으로 이름을 떨쳤던 맹사성의 ‘맹씨행단’ 은행나무를 기리기 위해 아산 전역에 심은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랗게 물들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아산시는 은행나무 터널을 관광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할 계획이다(아산시청 공보체육과 041-540-2020). 아산=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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