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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라이프(slow life)' 시대다. 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걷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에서 한강을 따라 '걷기 좋은 길' 3곳을 선정했다. 산과 들로 나들이하기에 제격인 요즘, 이번 주말엔 한강변 산책 코스를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보자.
난지한강공원 수영장 뒤에 조성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따라 5.6km가량 뻗은 코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호젓하게 걷기에 그만이다.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7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야트막한 지천인 홍제천을 만난다. 한강 하류 쪽으로는 최근 새 단장한 '난지한강공원'이, 상류 쪽으로는 흙으로 만든 마사토길이 이어진다. 당산철교를 지나치면 뱃놀이 명소로 알려진 '양화진 나루터'가 나오는데, 경치가 워낙 아름다워 연인은 물론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에게 인기다. 언덕에 올라 한강을 굽어 내려다보면 '절두산 성지'가 눈에 들어온다. 절두산 성지는 병인년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순교박물관에서 흥선대원군과 천주교와의 관계, 유물 및 문헌자료, 김대건 신부부터 지난해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까지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다시 강변 쪽 산책로로 내려와 마포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면 서강대교 너머 오솔길을 따라 호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답답하던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게 한다.
서울숲에서 한강을 향해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면 탁 트인 한강을 만난다. 성수대교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1.5km 산책로가 있고, 청담대교 쪽으로 걷다 보면 새롭게 단장한 뚝섬한강공원을 만날 수 있다. 청담대교 아래쪽 널찍한 공간에 조성된 뚝섬한강공원에는 음악분수, 해치미로, 사계절 다목적 수영장 등 다채로운 시설물이 있다. 뚝섬한강공원의 명물로 손꼽히는 '음악분수'는 탁 트인 광장 너머로 한강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적 특성을 살려 조성되었다. 경쾌한 선율에 맞춰 춤추는 물줄기는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재미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잠실철교 아래부터 흙길이 나 있고, 목재 데크로 산책로를 만들어 쾌적함을 더했다. 시원하게 한강을 가로지르는 '윈드서핑'과 자전거도로 위를 스쳐 지나가는 가족, 연인들이 전하는 즐거운 여유와 휴식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오래된 다리를 철거하고 새롭게 만든 광진교는 이전에는 역사가 깃든 다리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3개밖에 없다는 교각 하부 전망대인 '리버뷰8번가'와 자전거 전용도로, 보행자 전용차선 등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난 최신식 다리이다. 리버뷰8번가에서는 매달 색다른 공연과 전시가 운영되어 풍성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잠실운동장에서 한강변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상류 쪽으로 걷다 보면 잠실대교 주변에 조성된 어도를 거쳐 마사토길이 시원하게 뚫린 광나루한강공원에 도착한다. 광진교 아래에 이르면 최근 개장한 '광나루 자전거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레일 자전거, BMX, 이색 자전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잠실대교에 조성된 '어도(물고기길)'도 볼거리다. 어도는 한강 물고기가 수중보를 넘어 상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조성된 것으로, 수중 잠망경을 통해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상류 쪽으로 걷다 보면 '암사생태공원'이 나오는데, 고라니, 너구리뿐 아니라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인 흰목물떼새도 볼 수 있다.
◆ 한강 지천 주변 산책길 7
서울에 있는 물길이라면 흔히 한강과 청계천만 떠올린다. 하지만 시내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하천들이 최근 새로 물길을 내거나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도심 속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똑같은 하천도 다르게 즐기는 방법.
1 코스모스 만발한 '중랑천'
뚝섬 서울숲에서 경기도 의정부까지 약 30km에 이르는 구간에 자전거도로가 깔끔하게 닦여 있다. 물줄기를 따라 핀 꽃길 사이로 느릿느릿 걷다 보면 심신이 상쾌해진다. 서울숲에서 의정부 방향 7km 지점에 장평교가 있는데 거기서 용마산 이정표를 따라 1km만 가면 폭포공원이 나온다. 경치가 좋으니 꼭 들러볼 것.
2 시민의숲과 연결된 '양재천'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에서 종합운동장 방향으로 2km 내려오면 탄천 합수점이 나온다. 합수점에서 잠실 방향을 등지고 왼쪽으로 돌아나가면 양재천이 시작된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양재시민의숲을 지나 과천경마공원까지 이어진다. 강남 아파트촌 뒷길 산책로라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3 한강 상류에 꼭꼭 숨은 '성내천'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수심이 얕은 물놀이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자녀가 5세 미만이라면 강변이나 넓은 하천보다는 이곳으로 데리고 가는 게 더 좋다.
4 가로숲길이 예쁜 '우이천'
우이동 덕성여대 앞에서 시작해 석계역과 석관동을 지나 중랑천으로 흐르는 하천. 물길은 다른 하천에 비해 좁지만 수질이 깨끗하고 공기가 좋아 산책길로 명성이 높다. 마라톤 스타 황영조가 이곳에서 달리기 연습을한 뒤로 유명해졌다. 가장 추천할 만한 길은 번2동 주민센터 근처에 있는 가로숲길이다. 하늘이 푹 덮일 만큼 풍성한 나무 그늘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5 도봉산 바위 계곡 따라 흐르는 '도봉천'
중랑천에서 갈라져 도봉산으로 연결되는 하천. 하천 상류인 도봉산유원지 부근은 바위와 암석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굽이굽이 흐르는 물길의 형태가 아름다워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다.
6 안산폭포와 분수가 아름다운 '홍제천'
성산대교 북단에서 시작되는 홍제천은 물길 자체가 짧고 산책로와 오솔길도 다른 하천에 비해 좁지만 그만큼 아기자기해서 걷는 맛이 있다. 또한 홍제천만의 묘미가 있는데, 흔히 '연세대학교 뒷산'이라고 불리는 안산과 바로 연결된다는 것. 안산은 경사가 완만하고 경치가 좋아 어린아이를 데리고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산 주위에 설치된 폭포와 분수, 황포돛배 나루터도 색다른 볼거리다.
7 월드컵경기장과 연결된 '불광천'
은평구 불광동에서 마포 쪽으로 흐르다 홍제천과 만나 한강으로 흐르는 물길. 다른 하천에 비해 시설이 낙후된 곳이지만, 주민들이 직접 꽃씨를 심어 산책로를 조성하고 환경 보전에 힘썼다. 지하철 6호선 응암역에서 시작해 산책로를 따라가면 월드컵경기장과 만난다. 하늘공원, 난지캠핑장 등과 가까워 가족 나들이 코스로 그만이다.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있는 보행자 전용 다리인 증산2교에서는 북한산 봉우리가 한눈에 보이고 야경이 좋아 밤에 산책을 나오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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