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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사람
행복은 단순한 데 있다.
가을날 창호지를 바르면서 아무 방해 받지 않고
창에 오후의 햇살이 비쳐들 때 얼마나 아늑하고 좋은가.
이것이 행복의 조건이다.
그 행복의 조건을 도배사에게 맡겨 버리면
스스로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
도배가 되었든 청소가 되었든 집 고치는 일이 되었든
내 손으로 할 때 행복을 경험한다.
그것을 남에게 맡겨 버리면
내게 주어진 행복의 소재가 소멸된다.
행복하려면 조촐한 삶과
드높은 영혼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몸에 대해서는 얼마나 애지중지하는가.
얼굴에 기미가 끼었는가 안 끼었는가.
체중이 얼마나 불었는가 줄었는가에 최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자신의 정신의 무게가,
정신의 투명도가 어떤가에는 거의 무관심하다.
내 정신이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 몫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
자기 분수를 헤아려 삶의 질을 높여 갈 수 있다.
법정 스님의《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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