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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

사라져가는 옛 엿술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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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황골에서, 사라져가는 옛 엿술에 반하다!


시큼한 엿술의 매력에 빠져보시렵니까?


리장


눈 내린 치악산과 고요한 겨울 산행

지난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2박 3일간 원주 치악산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겨울빛으로 가득한 치악산에서 보낸 3일은 자신이 원하는 운동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시간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힘든 문제를 푸는데 큰 도움을 준게 있는데요.
바로 곧은재매표소에서 시작해 곧은재에 올라 능선을 타고 비로봉에 갔다가 다시 황골매표소로 돌아가는 8.5km 거리의 겨울 산행이었습니다.

파란 가을하늘과 맞닿았다


 

차가운 계곡물이 흘러내려온다


 

깊은 계곡을 따라 산행이 이어졌다


 

비로봉에서   싸온 도시락을 나눠먹었다



지난번에 내린 가을비가 눈이 되어 내렸다는 치악산 산행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하얀 눈의 흔적도 볼 수 있었고, 낙엽으로 뿌리를 두툼하게 감싸 겨울채비를 단단히 한 나무들도, 고목을 부리로 '딱딱딱딱' 두드리는 딱다구리와 사람 앞에서 재롱을 피우는 다람쥐도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치악산 숲 속 풍경


 

딱따구리가 둥지를 틀려고 하는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있다





특히 겨울로 접어든 고요한 숲 속의 정적은 버거운 세상살이를 잠시 잊고 자연의 넉넉함과 푸근함을 느껴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자신의 길을 찾아본 8시간의 겨울 산행 끝에 스스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었고, 그 결정과 선택을 집으로 되돌아오는 날에 명확히 밝힐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겨울 산을 찾기 전부터 머리속을 혼란케했던 답답하고 어려운 문제를, 숲 속에서 다 풀어버리고 내려오는 길은 너무나 가벼웠습니다. 그리고 황골매표소를 나와 마을로 접어 들었을 때, 이 가벼운 발걸음을 반겨주는 반가운 이도 있었습니다.

비로봉에 올라 내 길을 찾아보았다



사라져가는 옛 '엿술', 한 잔 술에 반하다!

그 이는 다름아닌 옥수수가 많이 자라는 원주 황골에서만 맛 볼 수 있다는 옛 술 '엿술'이었습니다.
일행 중 전통술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는 분께서 안내한 작고 허름한 가게로 들어가니, 노부부가 황골엿과 '엿술'을 팔고 있었습니다.

옛 방식대로 만든 엿술을 팔고 있는 작은 가게


 

할머니께 엿술 제조방법을 물어보고 있다



노부부는 황골에서 35년 동안 '엿술'을 만들어 왔고, 자신들은 누룩도 직접 만들어 옛날식 그대로 술을 빚는다고 했습니다. 마당에 자리한 커다란 가마솥과 술 독이 노부부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엿술장사를 아들도 하고 있다며 건너편 식당을 가리키기도 했습니다. 대대손손 옛 술 '엿술'을 만들며 살아가는 가족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강원도에 많이 나는 옥수수로 엿술은 만들어진다


 

엿술 한 잔이면 세상 모든 시름을 다 잊을 수 있다



암튼 높고 험한 치악산에서 내려온 일행들은, '엿술'을 벗삼아 잠시 쉬어갈 수 있었습니다.
노부부가 손수 만든 메밀묵과 순두부찌게는 땀이 식어 추워지는 지칠때로 지친 몸을 덥혀주었습니다.
일행 수가 많아 딱 술 한 잔씩만을 들이킬 수 있었는데, 정말 이 '엿술'은 흔히 도시민들이 즐기는 소주와 맥주와 전혀 차원이 달랐습니다. 시큼한 그 맛은 모라 표현할 수 없을만큼 묘해서, 굳이 말하자면 옛 사람들이 즐겨마시던 투박하지만 삶내가 나는 맛이었습니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황골엿과 엿술이 만들어진다



아궁이에 나무를 밀어넣으며 불을 지피려던 노인은, '엿술'의 그 독특한 맛에 연신 감탄을 해대는 일행에게 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노인은 특히 '엿술'은 20도(알콜도수)나 되는데, 그렇게 일반소주만큼 독하지만 그 맛이 남달라 한잔 두잔 기울이다보면 금새 취해버린다고 그래서 '앉은뱅이 술'이라 불린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술 독안에는 시큼한 엿술이 가득했다



황골에서 35년 동안 황골엿을 만들며 '엿술'을 만들어 온 노부부의 훈훈한 인심도 술 맛을 더해주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제 다시 치악산과 황골을 찾게 될지 모르지만, 옛날 사람들이 즐겨마시던 전통술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옛 방식대로 '엿술'을 만들어 전통을 이어가는 노부부가 그 자리에서 계속 평안하게 살아가길 바래 보았습니다.

35년 동안 엿술을 만들어온 노인과 엿술에 반한 일행들


 

100년이 지나도 엿술 맛은 잊지 못할 것 같다



* 황골엿과 엿술 : 황골엿은 원주에서 버스로 40분 들어간 황골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옥수수 엿입니다.
황골엿은 보리를 자루에 담아 3-4일 물에 불려 촉이 나온 엿기름을 3일쯤 말렸다가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멧돌에 갑니다. 이후 가마솥에 빻은 옥수수(황옥)와 엿기름을 넣고 한 시간 정도 끊이는데, 쌀가루를 함께 넣기도 한답니다. 끊인 것을 장작불을 뺀 다음 두어시간 식혀 거기에 다시 엿기름을 넣고, 4시간쯤 지나면 다시 펄펄 끓입니다. 끊인 두벌죽(두번 끓인다 하여)을 자루에 담아 엿틀에 짜면 찌꺼기는 남고 물만 밑에 바친 그릇에 담깁니다. 이 물을 다시 솥에 붓고 불을 지펴 4분의 1가량 남을 때까지 졸인 뒤, 불을 꺼내고 이를 식혀 엿판에 퍼 담게 됩니다. 그러면 찬찬히 굳은 황골엿을 맛보게 되는 겁니다. 이 황골엿을 만들 때 걸러진 엿물을 항아리에 담아 누룩을 넣으면 독하고 맛 좋은 엿술이 됩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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